정보요구와 정보회답 제도
국회도서관은 1차적으로 의회도서관이다. 국회도서관법 제2조 제2호는 ‘의회 및 법률 정보의 조사·회답·제공’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은 도서관자료 등 지식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여 국회의 의정·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정보지원기관이다. 사실 국회도서관은 ‘국회정보지원처’라고 명명하는 것이 정확하다. 국회도서관에 도서관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 보니 다른 국·공립 도서관과 동일하게 국회도서관도 도서관서비스를 주로 하는 곳으로 오해를 받는다. 내가 지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눠보면 대개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국회도서관 직제는 크게 2실(의회정보실, 법률정보실), 5국(기획관리관, 정보관리국, 정보봉사국, 국회기록보존소, 국회부산도서관) 체제로 되어 있는데, 국회도서관법 제2조 제2호의 의회정보회답과 법률정보회답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서가 바로 의회정보실과 법률정보실이다. 각각 1급 관리관 실장이 부서장이다. 의회정보실에는 정치행정정보과, 경제사회정보과, 국외정보과 및 공공정책정보과가 있고, 법률정보실에는 법률정보총괄과, 법률번역관리과, 외국법률정보과 및 국내법률정보과가 있다. 자료조사관과 의회사서가 배치되어 있다.
국회의 위원회 또는 국회의원은 국회도서관에 대해서는 국회도서관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의회정보·법률정보의 조사·회답을 요구할 수 있고, 국회예산정책처에 대해서는 국회예산정책처법 제3조 제5호에 따른 국가의 예산결산·기금·재정운용·예산추계와 관련된 사항의 조사·분석·회답을 요구할 수 있으며, 국회입법조사처에 대해서는 국회입법정책처법 제3조 제1호에 따른 입법·정책과 관련된 사항의 조사·분석·회답을 요구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입법지원기관의 업무가 중복되는 일도 발생할 여지도 있으나, 현재는 법률로써 업무를 분장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법률 규정에도 불구하고 업무 중복으로 인한 비효율이 있다면, 최근의 구체적인 회답서를 놓고 비교 검토하여 업무 중복을 방지하기 위한 ‘기관간 이첩 협의 제도’를 마련하여 해결하면 된다.
국회의 위원회와 국회의원이 의정·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국회 내 입법지원기관인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또는/및 국회입법조사처에 정보회답, 조사회답을 요구하는 절차를 규율하는 국회규정이 바로 『조사·분석 등의 요구에 관한 회답업무 처리 규정』이다.
정보회답과 조사회답의 요구권자는 국회 위원회와 국회의원에 한정되지만, 국회사무총장·국회도서관장·국회예산정책처장·국회입법조사처장도 국회의장의 허가를 얻어 조사·분석·회답 요구를 할 수 있다. 조사·분석·회답 요구는 국회종합입법지원시스템을 통해서 하며, 긴급한 경우에는 전화·팩스·이메일·방문 등의 방법으로도 할 수 있다. 조사·분석·회답 요구에 대한 회답도 입법지원시스템을 통해서 하며, 긴급하거나 요구 내용이 경미한 경우에는 전화 등의 방법으로 회답할 수도 있다. 회답을 위하여 외부전문가의 자문이 필요한 경우 구두 또는 서면으로 자문을 의뢰할 수도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국회의원의 정보요구에 따라 국회도서관의 의회정보실과 법률정보실에서 처리한 맞춤형 의회정보회답·법률정보회답 건수는 총 6,153건이다. 참고로 동기간 입법조사처의 조사회답 건수는 총 4,335건이다. 최근 의원입법이 늘어나면서 제22대 국회 들어와 정보요구 건수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의 의회정보회답은 자료조사관과 의회사서가 국내외의 해당 분야 현황, 사례, 관련 자료 목록, 원문 자료, 통계, 자료 번역, 각계 의견, 보도 내용, 공약 사항, 정책 내용 등을 조사하여 회답하는 것이고, 법률정보회답은 주로 외국(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EU, 중국, 러시아 등)의 각종 입법례를 조사하여 회답하는 것이다. 어느 것이나 사실 전제(fact preposition)의 문헌과 정보를 광범위하게 조사하여 회답하는 것이므로, 그 정보의 정확성과 풍부한 내용이 필수적이다. 의정·입법 활동에 유용한 중립적이고 권위 있는 사실자료와 사실정보를 적시에 회답·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회의원의 정보요구와 국회도서관의 정보회답이 어떤 경우에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실례를 하나 들어보자.
대한민국헌법 제65조 제3항은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60년 헌법 때부터 있던 규정을 별생각 없이 그대로 두었다. 국회법 제134조 제2항은 “소추의결서가 송달되었을 때에는 소추된 사람의 권한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소추된 사람을 해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 제50조는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사람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이 소추된 사람에게 송달되는 때부터 권한행사가 정지된다. 이러한 규정에 대한 개헌 내지 개정을 추진하려는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은 먼저 외국의 헌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부터 조사해보아야 한다. 그런 정보를 조사해주는 곳이 국회도서관이다.
의원실에서 국회도서관에 ‘탄핵소추 후 직무가 정지되는 국가 현황’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면 국회도서관은 신속하게 정보를 조사하여 회답을 한다. 담당사서와 자료조사관이 팀을 짜서 정보조사를 시작한다. 국내문헌 중 헌법재판소 산하 헌법재판연구원이 발간한 헌법재판소법 주석서를 먼저 찾아보면, ‘대한민국과 같이 탄핵소추 의결로 권한정지가 되는 나라는 헝가리와 폴란드가 있다’고 서술되어 있다. 과연 두 나라뿐일까?
위와 같은 정보요구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면 전 세계 199개국의 헌법을 모조리 조사해보아야 한다. 199개국 헌법 중 국회도서관이 수집·번역하여 보유하고 있는 82개국 헌법은 국회도서관 의회법률정보포털 외국법률번역DB라는 무기고에 들어 있다. 국회도서관은 시간상의 제약으로 인해 일단 82개국 헌법 중에서 조사한 결과를 회신할 수밖에 없다. 82개국 중에는 대한민국 외에 헝가리, 폴란드, 아이슬란드, 칠레, 핀란드 등 5개국이 탄핵소추 권한정지 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 외의 국가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크로아티아 헌법은 대통령의 탄핵소추 중에는 의회해산권이 제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헌법재판소법에 의하여 대통령과 법관에 한하여 헌법재판소에서 가처분 결정으로 권한행사 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일본은 재판관탄핵법에 탄핵재판소가 가처분 결정으로 재판관의 직무집행을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정보회답에 따르면 대한민국헌법 제65조 제3항은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유례가 드문 규정임을 금방 알 수 있고, 이러한 정보는 향후 개헌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눈치 빠른 독자는 “아니, 명색이 정보의 보고(InfoArsenal)라는 국회도서관에 전 세계 199개국 헌법 정보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라고 질책할 것이다. “199개국 헌법을 모두 가지고 있는 국가기관이 없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입니다. 그래도 국회도서관이 대한민국에서는 가장 많은 82개국 헌법 번역본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변명을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앞으로 주한 공관과 재외 공관이 있는 111개국 중 헌법 미수집 국가 35개국(가나, 루마니아, 세네갈, 쿠웨이트 등)의 헌법부터 시작하여 전 세계의 헌법을 하나하나 수집·번역해나가려고 한다. 나아가 국회입법관이 주재하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인도네시아 8개국의 중요한 법률도 체계적으로 수집·번역하여 국회도서관 의회법률정보포털 외국법률번역DB를 충실하게 구축하려고 한다.
나는 국회정보지원처로서 국회도서관이 제공하는 정보서비스의 품질 제고 방안을 늘 고민하고 있다. 정보서비스(국회도서관법 2조 1항 2호의 정보조사, 정보회답, 정보제공)의 품질이야말로 곧 국회도서관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회답의 전문성, 객관성, 효율성, 신속성, 적시성, 유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품질 맞춤형 정보회답서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고객제일주의의 기조 하에서 정보요구의 취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해당 이슈가 논의되는 맥락과 배경 및 현재 상황을 분명히 이해하여야 한다. 국내 문헌에서 외국 제도와 입법례 등에 대한 논의 상황을 조사·파악·정리하고, 국회의 법률안 발의 현황도 조사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비교법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외국의 제도와 입법례를 국내법과 비교해야 최선의 법률 개정안이 도출된다. 가급적이면 외국 법률이나 보고서의 해당 부분도 번역해서 첨부해야 한다. 참고문헌도 풍부하게 각주로 달아야 한다. 최근 신설된 국회도서관법 제11조의2의 자료요청권 제도도 적극 활용하여 국가기관 등으로부터 풍부하고 정확한 관련 자료와 정보도 제대로 확보하여야 한다.
나는 국회도서관의 정보회답서는 이제는 널리 공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입법을 추진하는 국회의원이 이슈를 선점하고 관련 정보요구를 하였다는 것 자체가 비밀로서 어느 정도 기간 보장된다면 그 이후에는 국회도서관의 정보회답서는 공개해도 무방하다. 사실 전제의 정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국회규정『조사·분석 등의 요구에 관한 회답업무 처리 규정』 제15조 제1항은 “회답 내용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라고 비공개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주로 국회예산정책처·입법조사처의 조사·분석회답서에 해당하는 조문이다.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국회기록물관리규칙 제32조 제3항에 따른 기록물의 비공개기간이 경과한 경우(제1호), 요구권자가 회답내용의 공개에 동의하는 경우(제2호), 회답내용이 공개되거나 유출되어 야기되는 논란 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제3호), 위원회가 공개되거나 유출된 회답내용에 대한 공개를 요구한 경우(제4호), 원본이 공개된 자료의 번역물에 해당하는 경우(제5호) 또는 외국의 정책 및 제도 등에 관한 객관적인 사실로서 이미 해당 국가에서 공개한 자료에 해당하는 경우(제6호)에는 공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범위에서 회답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위 규정 제15조는 공개 시기에 대해서는 정하고 있지 않다.
국회도서관의 정보회답서는 사실과 증거에 기반한 것으로서 대개는 국회규정에서 말하는 ‘원본이 공개된 자료의 번역물’(제5호) 또는 ‘외국의 정책 및 제도 등에 관한 객관적인 사실로서 이미 해당 국가에서 공개한 자료’(제6호)에 해당한다. 조만간 국회도서관 『의회·법률정보회답 내규』를 개정하여, 전자의 경우는 요구권자에게 제공한 날부터 즉시 공개하고, 후자의 경우도 요구권자에게 제공한 날로부터 3개월 정도가 경과한 뒤에는 모두 공개할 생각이다. 물론 공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범위에서 공개의 대상과 시기 등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면 된다. 주요 정보회답서를 추려서 연간 자료집도 발간하고, 국회도서관 의회법률정보포털에서도 널리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월간 국회도서관 2025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