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회답 제도의 연혁
국회도서관의 설립 목적은 국회의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국회도서관법 제2조 제1항은 “국회도서관은 다음 각 호의 사무를 처리함으로써 국회의 입법활동을 지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입법활동이란 국회의원이 법률을 제·개정하는 협의의 입법과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 등의 정책을 평가·견제·감시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기능까지 포괄하는 광의의 의정활동을 말한다. 그래서 국회도서관법 제2조 제1항 제7호는 “그 밖에 의정활동 지원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무”를 국회도서관의 직무로 삼고 있다.
오늘날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의정활동은 지식과 정보에 기반한 근거 중심의 정책 결정이 핵심이다. 국회의 역량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보 인프라가 바로 국회도서관이다. 정보서비스야말로 의회도서관의 핵심 기능이자 존재이유이다. 내가 국회도서관을 ‘민주주의의 인포 아스널’(The InfoArsenal of Democracy)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참고회답(Reference Service) 제도의 연혁과 역사를 되돌아보자.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자 판례집이다. 미래를 보려거든 현재에 발 딛고 서서 역사를 되돌아보면 된다.
5·16군사정부의 민정 이양 후 1963년 12월 17일 국회도서관법을 제정하고, 입법정보 지원 기능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조직으로 국회도서관에 입법조사국(4개과)을 창설했다. 이미 입법조사가 전문화된 미국 의회도서관(LOC)의 CRS(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와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의 입법고사(考査)및조사국을 모델로 한 것이다. 초대 정해식 입법조사국장은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넘어온 군의관 출신이었을 정도로, 입법조사국은 전문성을 갖춘 조사관을 확보하지 못했고 역할도 크지 않았다. 1969년 8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민당 김대중 의원은 ‘도서관을 강화해 가지고 도서관에서 국회의원들이 요청할 때 지체없이 자료와 통계를 내줄 수 있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을 정도였다. 1971년에는 국회도서관 입법조사국의 외국법제 조사업무를 전문화하기 위해 법제자료실(3담당관)을 두었다가 1973년 해외자료국이 신설되면서 법제자료실은 폐지되었다.
1975년 태평로에 있던 국회의사당이 여의도로 이전할 때 국회도서관도 함께 이전하여 국회본청을 함께 사용했다. 당시 국회도서관 입법조사국·해외자료국이 참고회답 내지 입법조사 업무를 담당했다.
1981년에는 국회도서관법이 폐지되어 국회도서관은 국회사무처 부속기관으로 편입되었다가 1985년 3월에는 국회사무총장의 보조기관으로 흡수되었다. 현재의 국회도서관 독립건물이 신축된 후 1988년 6월 15일 개정된 국회법 제22조 제1항은 ‘국회 도서 및 입법자료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국회도서관을 둔다’고 규정하면서, 1988년 12월 29일 국회도서관법(법률 제4037호)이 다시 제정되었다. 이때 제정된 국회도서관법 제2조 제1항은 “도서관은 도서 기타 도서관자료·헌정자료 및 문헌정보를 수집·정리·분석·보존하고 도서관봉사와 입법자료분석업무를 행함으로써 국회의 입법활동을 지원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독립기관이 된 국회도서관에 1989년 입법자료분석실이 새로 창설되었으나, 국회사무처 입법조사국과 병존하다가 1994년 7월 20일에 국회도서관법이 개정되어 국회사무처 입법조사국과 국회도서관 입법자료분석실은 국회도서관 입법조사분석실로 일원화되었다. 2000년 1월 1일 국회도서관법 제2조 제1항의 ‘입법조사분석업무’가 ‘참고회답’으로 개정되면서 입법조사분석실은 입법전자정보실 입법정보지원과로 축소되었다가 2002년 입법정보지원과가 입법조사1과와 입법조사2과로 확대되었고, 2003년에 입법조사3과가 신설되었다. 2006년에는 입법정보실(6과)로 개편되었다.
참고회답의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는 2007년 국회입법조사처의 출범이었다. 국회법(2007. 3. 25. 법률 제8261호) 제22조의3 제1항은 ‘입법 및 정책과 관련된 사항을 조사·연구하고 관련 정보 및 자료를 제공하는 등 입법정보 서비스와 관련된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입법조사처를 신설했다. 당시 제안이유를 보면 ‘국회의원의 입법 및 정책 개발 역량 강화를 통한 의정활동의 내실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입법 및 정책과 관련된 사항을 조사·연구하고 관련 정보 및 자료를 국회의원에게 제공하는 등 의정활동 지원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국회입법조사처법(2007. 3. 25. 시행, 법률 제8263호) 제3조(직무)는 “입법조사처는 입법 및 정책과 관련된 다음 각 호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규정하면서 ‘국회의 위원회 또는 국회의원이 요구하는 사항의 조사·분석 및 회답’(제1호), ‘입법 및 정책 관련 조사·연구 및 정보의 제공’(제2호), ‘입법 및 정책 관련 자료의 수집·관리 및 보급’(제3호) 등을 열거하고 있다.
한편 입법조사처가 분리될 당시 국회도서관법 제2조 제1항의 ‘도서관은 도서관자료 및 분헌정보의 수집·정리·보존·제공과 참고회답 등의 도서관봉사를 행함으로써 국회의 입법활동을 지원한다’는 규정은 그대로 두었지만, 국회입법조사처법이 특별법이자 신법이므로, 국회도서관법 제2조 제1항의 참고회답 기능은 둘로 쪼개진 셈이다. 아주 한국적인 특수 형태이다. 2006년 당시 국회도서관의 참고회답 건수는 총 1,589건에 불과했다.
국회도서관의 참고회답 기능 중 정책·입법에 대한 조사·연구·분석 업무(Research·Study·Analysis Service)는 신설된 입법조사처에 이관하고, 국회도서관은 참고회답 중 70%에 해당하는 사실정보에 근거한 정보서비스(Information Service)를 계속 담당하도록 한 입법적 결단이다. 서비스하는 정보의 종류를 가지고 비유해서 말하자면, 국회도서관은 ‘현재의 사실 정보’를 다루는 기관이라면, 입법조사처는 ‘미래의 입법·정책 대안’을 다루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도서관이 ‘제너럴리스트’라면 입법조사처는 ‘스페셜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지난 18년 동안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에서 논의가 필요한 핵심적인 입법·정책 현안 주제를 선정하여 심도 있게 분석·평가하고 입법·정책에 대안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로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된다.
2007년 당시 두 기관의 업무 분장은 위와 같이 법률로써 분명하게 정했을 뿐만 아니라 후속 조치로 2007년 7월 3일 ‘국회입법조사처 직제’를 제정하면서 그 부칙을 통하여 ‘국회도서관 직제’ 제5조(입법정보실) 제2호의 ‘입법조사 및 참고회답에 관한 사항’을 ‘입법정보 관련 참고회답에 관한 사항’으로 개정함으로써 직무를 명확하게 구분했다. 당시 국회사무처 법제실의 직무에 관한 ‘국회사무처 직제’ 제6조 제3항 제3호도 ‘국내외의 법제와 그 운용에 관한 조사 및 연구’에서 ‘국내외의 법제에 관한 연구’로 개정하였다.
이러한 법률과 직제에 따라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실의 업무 중 입법조사연구관(17인)이 하던 업무는 입법조사처(입법조사관)로 이관되었다.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실의 전문사서·해외자료관·외국어전문가가 수행하던 사실정보 업무는 국회도서관이 계속 수행하게 되었다. 그 후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실은 입법조사처로 이관한 업무 외의 참고회답을 입법자료회답, 법률자료회답 및 국외자료회답으로 구분하여, 국내외 문헌정보에 기반한 사실정보 서비스로 특화했다. 2009년에는 입법정보실은 현재의 의회정보실로 명칭이 바뀌었고, 2011년에는 법률정보실이 신설되어 현재까지 국회도서관은 의회정보실과 법률정보실에서 사실정보 서비스를 묵묵히 계속해ㅇh고 있다. 참고로, 2009년 11월에 국회도서관의 정책연혁정보 서비스를 입법조사처로 이관하였으나, 그 후 그 서비스는 사라졌다. 2016년 국회도서관법 개정으로 ‘의회 및 법률 정보의 조사·회답·제공’(제2조 제1항 제2호)으로 규정하여 국회도서관이 해오던 정보서비스 내용과 직제를 법률에 반영했다.
2007년에 입법조사처를 신설하면서 미국식 CRS 기능을 전부 이관하지 않고 국회도서관에 사실정보 서비스 기능을 계속 맡겨둔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논리와 명분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입법조사처를 도서관에서 분리하는 것부터가 비교법적으로 볼 때 유례가 없었다. 방대한 기초자료, 검색 노하우, 의회사서의 전문성, 외국어 전문가와의 협업 등의 특장과 전문성이 두드러지는 국회도서관의 사실정보 서비스를 입법조사처의 박사·변호사 등 입법조사관이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비효율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입법조사처의 입법조사관이 전문사서의 도움이 없이 사실정보 서비스를 수행하는 것은 싱크탱크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다. 만약 당시에 CRS 기능을 전부 이관했더라면 국회의원에 대한 정보지원 체계에 대혼란을 야기했을 것이다. 그때 국회도서관의 사실정보 서비스 기능까지 모두 이관하였다면 국회도서관은 의회도서관으로서의 정체성과 고유 기능을 상실하고 단순한 공공도서관으로 전락하여 그 존재 이유가 사라졌을 것이다. 국회도서관이 방대한 정보인프라를 구축하는 이유도 없어졌을 것이다.
현재 국회도서관이 수행하고 있는 정보서비스 형태는 다양하다. 현황·통계·사례·각계의견·언론보도·입법경과·판례·의안 등 객관적인 사실정보 서비스, 원문·참고정보원의 링크, 싱크탱크 보고서·외신보도·외국법령의 번역, 빅데이터 분석 등 실로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회답이 이루어지고 있다. 1963년 170건에 불과하던 참고회답 건수는 국회도서관의 사실정보회답(의회정보회답·법률정보회답)만 보더라도 2015년 4,420건에서 2024년 6,153건으로 증가할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의원실 만족도 조사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물론 의원입법의 증가와 국회 권한의 확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성과는 국회도서관이 소장한 방대한 기초자료와 정보인프라를 활용한 의회전문사서와 외국어·외국법 전문가의 축적된 노하우와 전문성·효율성 및 팀 플레이 역량이 뒷받침되었기에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정보 수요자의 요구 취지에 부합하는 맞춤형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여온 국회도서관은 객관성 있고 신뢰성 높은 사실자료에 근거한 정보를 데이터 베이스로 구축하여 앞으로 국민에게도 적극 공개하려고 한다. 이 점은 입법조사처의 조사회답이 비공개 원칙인 것과 다르다.
문제는 현재의 시스템상 의원실에서 정보회답 요구를 국회도서관과 입법조사처에 중복하여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입법조사처는 설립취지와 법률규정에 맞게 단순한 사실정보 회답 업무는 굳이 하지 말고 국회도서관에 이첩해야 마땅한데, 사실정보 회답까지 그 요구가 있으면 해오고 있다. 반면에 국회도서관은 조사·분석·연구 요구에 대해서는 입법조사처에 이첩하고, 그런 종류의 조사회답은 하지 않는다. 앞으로 두 기관 사이의 업무 중복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보회답요구서 접수 창구를 일원화하여 요구서를 누군가가 잘 분류하여 각 기관에 정확하게 배당하거나 또는 상호 이첩 협의제도를 통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방안을 강구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충분하다.
정보회답과 조사회답 분리형 한국형 특수 제도를 시행한 지 겨우 18년이 되었다. 유사